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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제 :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는 강박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은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엄청난 힘의 소유자였습니다.

하지만 신의 땅인 올림푸스로 올라가기 위해선 열두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했고, 결국 누구보다 힘든 생애를 보내야 했죠.

심리학자인 칼러는 헤라클레스 이야기가 인간의 중요한 심리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뭔가를 이룬 다음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말을 합니다.

‘일단 집을 장만한 뒤에, 대학은 들어간 뒤에, 아이들이 좀 큰 뒤에,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것은 욕심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뒤에, 그때서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의 현재를 희생하고, 하고 싶은 일을 미래로 미루며 살아가죠.

헤라클레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해내야 한다고만 생각했죠. 알고 보면 그것은 모두 헤라 여신의 속임수였는데 지혜롭고 용감한 헤라클레스도 그것만은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선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을 먼저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꼭 그래야만 하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스스로 정한 조건에 불과한데도 철석같이 지켜야 한다 생각하고 마음속 깊이 원하는 일을 그냥 뒤로 미뤄버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해결되어도 또 다른 조건을 내세우며 자아실현을 뒤로 계속 미루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는 손이 갈 일 많으니까 일단 미루고, 막상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학원비 등 부담되는 일이 많으니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 미루고, 또 아이가 대학에 가면 그래도 전셋집은 얻어줘야지, 하는 마음에 또 미루고, 그렇게 미루며 늙어갑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희생양이 되지요.

물론 인생에서 계획은 필요합니다.

무엇이 더 중요하냐에 따라 어떤 일은 미룰 수도 있죠. 하지만 계획에는 미루는 것만 있지는 않습니다. 젊은 시절에 못 다한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면 무작정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면 됩니다.

다만 처지와 형편에 맞게 시작해야겠죠. 마냥 뒤로 미루는 것보다 작게라도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공부하려는 꿈을 이룰 가능성은 훨씬 높을 겁니다.

세계일주가 꿈이었다면 지금부터 한 달에 몇 만원씩이라도 따로 모으고 꾸준히 정보를 수집할 때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나 스스로 세운 계획이라면 변화가 가능합니다.

상황이 변하거나 어쩌다 좋은 기회가 오면 미루었던 일을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분들은 미뤄둔 것을 앞당기지 못합니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기에게 주어진 과제를 풀려 애썼던 헤라클레스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내는 데만 매달리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지만 뒤로 미루고 있는 일이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그것을 지금 당장. 현재의 조건에 맞게 실천하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요?

그에 대해 차분히 한번 생각해 보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천석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