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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는 걸 못 참아요

    부원장샘
    2019-09-03 | 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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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살 둘째 딸이 지는 것에 지나치게 예민합니다. 얼마 전부터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매일 울고 들어오는 거예요.

    시합에서 져서 속상하다면서요. 시합은 재미로 하는 것이고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고 달래줬지만

    거의 일주일 내내 울고 들어오더군요. 그러다 또 일주일쯤 지나니 멀쩡한 얼굴로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젠 괜찮아졌나 보다 했는데 아예 시합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질까봐 아예 시합을 안하는거죠.

    집에서도 언니와 게임을 해서 지기라도 하면 소리를 지르며 울고 가끔은 언니를 때리기도 합니다.

    유치원에서도 모둠끼리 하는 경쟁에서 지면 큰 소리로 울고, 못한 아이를 때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해요.

    이런 아이,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아이가 열등감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일곱 살 무렵이 발달 과정상 이기고 지는 승부에 몰두하고 집착하는 시기입니다. 이기면 다 갖고, 지면 다 잃는다고 생각하죠.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 시기에는 이기면 뛸 듯이 좋아하고 지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속상해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지기 싫어서 아예 경쟁이나 시합을 피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죠. 자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승리를 통해 자존감의 근거를 만들고 싶어 하고 실패하면 자기가 가치 없는 존재인 듯 느껴져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특히 좌절감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좌절을 경험하지 않는 아이는 없습니다. 인생이란 좌절의 연속이고, 좌절 속에서 삶의 길을 찾아 나가는 법이죠. 아이들은 좌절을 통해 참고 기다리는 법도 배우고, 다시 한 번 시도하는 것도 알게 되며, 대안을 찾아가는 방법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융통성이 떨어지는 아이들, 변화를 싫어하고 한 가지에 집착하는 아이들은 좌절 속에서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얼른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속상해하면서도 계속 같은 방법만 고집하고 이 상황이 자기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억울해하죠.

     

    이럴 때 부모가 과잉보호까지 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아이가 좌절한 후 스스로 답을 찾기 전에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주니 좌절을 견디는 법을 배우기가 더 어렵죠. 그런 아이들은 이기는 것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면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까요.. 승패에 집착하는 아이들의 경우 무엇보다 융통성을 키워줘야 합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이긴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방법이 안 통하면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도 효과가 없다면 조금 더 기다리면 된다.’, ‘나는 오늘은 못하지만 내일은 또 다를 수 있다.’ 부모가 늘 아이에게 들려줘야 할 이야기들입니다. 평소에 꾸준히 입버릇처럼 말해야 합니다. 아이가 속상할 때 얘기해서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그때는 어떤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그리고 되도록 경쟁 상황에는 노출시키지 마세요. 즐기려고 게임을 하는 것인데 게임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다면 게임을 할 필요가 없죠.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 부모가 특별히 의미 부여를 하지 마세요. 대신 시합이나 경쟁에 참여하기 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대화를 나눠주세요. “게임을 하면 한쪽은 지고 한쪽은 이기겠지. 이기면 신나지만 지면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을거야. 우리가 재미있으려고 놀이를 하는건데 기분이 나빠진다면 좋지 않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시합이 끝난 후에 이겨서 달려와도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 마세요. 졌다고 속상해하면 위로는 하되 승부 자체는 가볍게 생각하세요. 승부에 연연하는 아이를 키울 때 부모는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줘야 합니다.

     

    부모가 주목할 것은 혹시 아이가 열등감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눈에 띄는 약점이 없고 여러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아이들도 열등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가 너무 높거나 지는 것을 못 견디는 경우에 그렇게 되고, 아이와의 관계를 부모가 이기고 지는 관계로 생각해 아이의 기를 꺾으려 애쓸 때도 아이는 열등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를 이겨보려 노력하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이긴다는 게 쉽지 않기에 열등감을 갖게 되죠.

     

          누가 뭐라고 해도 부모만큼은 네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 네가 어떻게 하는지의 과정을 보고 기뻐한다고 말해주세요. 더 빨리 헤엄치고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더 즐겁게 운동하고 자기가 계획한 대로 즐겁게 공부하면 이기는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이런 말을 아이와 꾸준히 나눌 때 아이는 승부보다는 자기 앞에 놓인 순간에 집중하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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